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대에 진학해 신경외과 레지던트를 하던 중, 말기 폐암 선고를 받은 폴 칼라니티의 수필이다. 작가 소개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폴은 정말 담담하게 죽음에 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나간다.
누구보다 열심히 미래를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암에 걸리면 정말 신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그랬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은 삶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삶을 꽉 잡고, 남은 삶을 밀도 있고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결심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필체가 정말 유려하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직접 목도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을 직업으로 한 신경외과 의사가 풀어내는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은 그 깊이와 울림이 남다르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나에게 있어서는 더욱더 그 이야기가 강하게 다가왔다.
순간순간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들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줬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 그와 함께 보내는 일상들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도록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찾아오며, 삶은 유한하다. 암울하고 슬픈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죽음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더 찬란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었다.
메이저과에 가서 생명을 직접 다루는 일을 하는 것의 무게를 과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누군가 죽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아직 한 번도 없다. 대부분 없겠지. 그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나의 인간성은 더 완전해질 것인지, 아니면 더 공허해질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대처하며,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또 그 가족들과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달려있겠지. 의술을 행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고, 나의 몫을 다 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나를 갈고닦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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