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평론가 사이의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 적어도 게임에 있어서 나는 평론가 쪽에 더 가까운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너티독이 개발하고 높게 평가받았던 The Last of Us (2013)의 후속작. 조엘이 엘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죽인 의사의 딸 애비가 조엘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고, 그 충격에 몸부림치는 엘리의 이야기. 일반적인 게임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며, 한 편의 작가주의적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이다. 좋았던 점 뛰어난 연출과 그래픽.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 그래픽 측면에서는 혹평하는 사람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준다. 수풀의 표현이 이렇게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은 정말 본 적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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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 생물학을 전공하고 의대에 진학해 신경외과 레지던트를 하던 중, 말기 폐암 선고를 받은 폴 칼라니티의 수필이다. 작가 소개만 들어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폴은 정말 담담하게 죽음에 관한 그의 생각을 풀어나간다. 누구보다 열심히 미래를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아온 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한 소식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암에 걸리면 정말 신체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에게 그랬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은 삶을 놓아버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삶을 꽉 잡고, 남은 삶을 밀도 있고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결심했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 그런지, 필체가 정말 유려하다. 그리고 수많은 죽음을 직접 목도하고, 사람들의 생명을 구..
나의 스마트폰 역사 나는 2010년 경 스마트폰이 처음 대중화 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스마트폰에 관심이 많았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 스마트폰 그 자체에 흥미가 있었다. 한국에 아이폰이 없었을 때는 구글의 넥서스 시리즈를 사용하면서, 수시로 새로운 커스텀 롬을 설치하고 나만의 모바일 UI를 만드는 것에 많은 시간을 썼다. 커스텀 롬을 올리기 쉬운 레퍼런스 폰을 선호했고, 그래서 넥서스 원, 갤럭시 넥서스, 넥서스 5 등을 순서대로 사용했던 것 같다.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후 지켜보다가, 술자리에서 친구의 아이폰 6S를 만져 보았는데 너무 예뻤다. 나도 아이폰 6S로 갈아탔다. 하지만 당시의 iOS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제한사항이 많아서, 많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앱 간 데이터 통..
많은 게임 리뷰 채널에서 이 단어가 언급된다. 유비소프트는 어쌔신 크리드와 파 크라이 시리즈로 유명한, 규모가 상당한 게임 제작 회사다. 이 회사에서 만드는 오픈월드 게임들은 서로 굉장히 달라 보인다. 무인도에서 총질을 하면서 도적단을 소탕할 때도 있고,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기어오를 때도 있다. 그렇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결국에는 “어?”하는 순간이 온다. 다른 게임에서 하던 일이랑 똑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곧 눈치채게 되는 것이다. 다른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결국에는 알맹이는 같다고나 할까. 그 “알맹이”는 결국 오픈 월드를 구현하는 하나 방식, 패턴, 또는 archetype이며, 그것이 바로 유비식 오픈월드인 것이다.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의 특징을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 꼽아 보..
캐릭터와 미장센이 살아있는 영화. 평론가들이 좋아할 은유와 상징이 의식적으로 곳곳에 심어져 있는 듯 했다. , , 등으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만든 작품이다. 엘리트 강력계 형사인 장해준 (박해일)이 살인사건 용의자인 송서래 (탕웨이)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룬 영화다. 이야기가 나름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고, 캐릭터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내용의 전개가 조금 설득력이 없게 느껴졌다. 해준이 이별을 고하는 순간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서래의 이후 행보가 나의 상식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의사를 표현하는 것을 먼저 시도해야하지 않는가. 서래라는 캐릭터 자체가 그 속을 알 수 없고, 정체조차 모..
분위기가 잘 살아있는 장르영화. 실력 있는 킬러의 삶을 엿보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해 준다. 데이비드 핀처는 세븐, 파이트클럽, 소셜 네트워크, 하우스 오브 카드 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거장이다. 명성에 걸맞게 아주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액션 오락영화였다. 액션 씬에서는 손에 땀이 나고 심장이 함께 두근거렸다. 헤드폰을 끼고 봐서 더 몰입됐던 것 같다. 먹먹하고 어안이 벙벙한 상태에서 심각한 일들이 빠른 페이스로 일어나는 느낌을 느끼게 해 주는 배경음악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특히 챕터 4 플로리다의 격투씬에서 이런 느낌이 가장 잘 느껴졌다. 근래 본 액션씬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기억에 남을 스토리는 아니지만, 억지 서사를 넣기보다 액션과 분위기, 연출에 집중한 느낌이어서 괜찮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