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평론가 사이의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 적어도 게임에 있어서 나는 평론가 쪽에 더 가까운 취향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너티독이 개발하고 높게 평가받았던 The Last of Us (2013)의 후속작. 조엘이 엘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죽인 의사의 딸 애비가 조엘에게 처절한 복수를 하고, 그 충격에 몸부림치는 엘리의 이야기. 일반적인 게임과는 그 결이 많이 다르며, 한 편의 작가주의적 영화를 보는 듯한 게임이다.
좋았던 점
뛰어난 연출과 그래픽.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장면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다. 특히 그래픽 측면에서는 혹평하는 사람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퀄리티를 보여준다. 수풀의 표현이 이렇게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게임은 정말 본 적이 없어서 감탄이 나왔다.
나의 적도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낄 수 있도록 플레이어를 끌어들인다. 게임은 영화나 소설 같은 일반적 매체와 달리 독자가 직접 깊게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십분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아 인간적 순간을 보여주려고 하는구나” 하는 의도가 다분히 느껴지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싫거나 거부감을 주기보다는 정말 설득력이 있는 연출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애비가 되어 앨리와 싸우는 장면, 그리고 앨리가 되어 애비와 바닷가에서 싸우는 장면에서는 정말 싸우기 싫다는 감정이 강하게 들었다. 이 정도로 강한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게임이라는 매체의 강점을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잔혹하게 죽음을 당한 조엘의 모습에서 PTSD를 입은 엘리의 모습, 그리고 엘리가 상실을 받아들이고, 또 조엘과 애비를 용서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일반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그 처절한 순간에 애비를 그냥 보내주지 못하는 감정, 그리고 또 죽여버리지 못하는 감정에 의문을 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작에서 좋았던 요소인 잠입-액션의 전환이 여전히 좋았고, 전투 액션은 발전했으며, 의미 없게 느껴지던 업그레이드 요소들도 상당히 재미를 줄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교본”을 입수해야만 새로운 카테고리의 업그레이드 경로가 열리는 메카닉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즐 요소는 상당히 줄었고, 나름 재미를 주었으나 전투와 퍼즐의 분량 배치가 좀 아쉬웠다.
나빴던 점
도덕적 상대주의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다. 선과 악이 불분명해진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는 이러한 도덕적 상대주의가 적용될 수 있는 가장 좋은 환경임이 분명하고, 실제로 상당히 설득력 있게 그러한 관점이 다가왔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이러한 상대주의적 관점 속에서 내가 믿고 따르고 싶은, 애정을 쏟고 싶은 한 줄기의 스토리가 아닌가 싶다. 1편이 그랬듯이 말이다. 전형적인 서사 구조일수록 더 큰 감동을 주는 것이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1편이 대단한 찬사를 받았던 것 같다. 2편은 그러한 전형적 서사에서 벗어나서 작가주의적 노선을 탔기 때문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 자체가 주는 울림이 덜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먼 곳에 있는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가고, 그 과정에서 수 많은 적들을 해치워야 하는 게임 구조가 반복되었고, 약간의 피곤함과 지루함을 주었다.
스토리의 전개나 연출 면에 있어서 조금만 더 개연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장치들이 있었다면 팬들의 분노가 이 정도로 강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엘이 애비의 친구들을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치밀한 전략으로 당했다던가, 아예 애비 이야기로 시작해서 조엘이 한 짓의 무게를 직접적으로 먼저 느끼고 고민하게 했다던가 하면 어땠을까.
결론
작품 그 자체도 좋지만, 그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게임이었다. 이정도의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파장이 대단했다는 점 그 자체로 이 게임의 가치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든 그 완성도 측면에서는 정말 손댈 곳이 없을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고, 제작진의 엄청난 열정이 많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스토리의 끝이 궁금해서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게임 플레이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고, 스토리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플레이 타임 20시간, 평점을 매기자면 9점
'감상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결이 바람 될 때 (2016) (0) | 2023.12.01 |
---|---|
헤어질 결심 (2022) (0) | 2023.11.30 |
더 킬러 (2023) (0) | 2023.11.29 |